호주 퍼스에 위치한 커틴대학교(Curtin University)의 연구자들이 2차 세계대전 당시에 침몰한 선박 두 척을 스쿠버 다이버처럼 탐험할 수 있는 전시를 준비 중입니다.
현재 개발 단계에 있는 이 전시는 호주 등지에서 진행될 예정으로, 정교하고도 상세한 3D 모델을 활용해 호주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해전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1941년 11월 19일 호주의 시드니호(HMAS Sydney II)와 독일의 코모란호(HSK Kormoran)는 한 시간도 채 되지 않는 전투에서 수백 발의 포탄을 발사했습니다. 시드니호에 승선한 전원을 포함해 7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는데요. 두 군함 모두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해안 210킬로미터 밖의 수심 2.5킬로미터 지점에서 가라앉은 뒤, 이후 수십년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3D 입체 시각화 분야의 전문가이자 커틴대학교 부교수인 앤드루 우즈(Andrew Woods)는 2015년에 12개가 넘는 영상/사진 촬영용 카메라를 갖춘 수중 장비를 구축해 이 난파선의 세부 모습을 포착했습니다.
컴퓨터 비전 전문가인 아시 도시(Ash Doshi) 커틴대 선임 연구원은 50만 장의 사진과 300시간 분량의 영상을 가상/프린트 3D 모델로 옮겨 서로 결합하는 NVIDIA GPU 기반 소프트웨어를 개발, 구동하고 있습니다.
전함 규모의 3D
이 같은 과정을 일컫는 사진측량술(photogrammetry)은 어렵고도 선구적인 작업입니다. 상업적으로 이용이 가능한 소프트웨어는 대략 1만 개의 이미지를 처리의 최대 한도로 봅니다.
진일보한 시각화 시스템 4기를 보유한 연구소인 커틴하이브(Curtin HIVE)의 관리자이기도 한 우즈 교수에 따르면, 이 작업은 고도로 연산 집약적입니다. 이미지의 수가 2배로 늘면 컴퓨팅 요구 조건은 4배로 뛰죠.
“우리의 기존 시스템도 상당히 빠른 편에 속하지만, 그럼에도 처리 완료까지 천 년 정도가 걸렸을 겁니다.”
내년에 작업이 마무리된다면 3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에 처리를 마치는 셈이 됩니다. 이러한 성과의 뒤에는 NVIDIA V100과 이전 세대 GPU를 장착한 퍼시 슈퍼컴퓨팅 센터(Pawsey Supercomputing Centre)의 시스템들이 있습니다.
반복작업을 보장하는 속도
이처럼 반복적인 작업에는 가속 컴퓨팅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미지들은 처리를 마치고 필요한 조작을 거친 뒤 다시 처리되죠.
일례로 우즈 교수는 자신의 노트북으로 작업할 경우, 400개의 이미지로 구성된 배치(batch)의 1차 패스에 10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반면 NVIDIA Applied Research Accelerator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받은 NVIDIA RTX A6000 GPU 2개를 활용했을 때는 1차 패스 완료에 10분이 걸렸죠.
커틴하이브의 빠른 PC에서 8,000개의 이미지를 처리하기까지 한 달이 걸릴 것이지만, 슈퍼컴퓨터로는 하루 안에 마무리가 가능합니다. 우즈 교수는 “데이터세트 처리를 한 달이나 기다리고 있을 사람은 이 업계에 거의 없을 것”이라 말합니다.
필름에서 VR로
현지의 큐레이터들은 시드니호와 코모란호의 전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들의 트립어드바이저 페이지에 달린 댓글의 절반은 난파선을 촬영한 3D 영화를 벌써부터 찬양하고 있죠.
이 디지털 모델들은 인터랙티브 VR/AR 전시와 대규모 3D 프린트로 더욱 몰입감 넘치는 경험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우즈 교수는 “이 3D 모델들을 통해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역사의 이해를 증진할 수 있다”고 평가합니다.
이 전시는 퍼스와 시드니의 박물관들을 순회하고, 해당 군함들이 구축된 독일과 영국의 도시들에도 찾아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프로젝트가 완료된 뒤에는 이 코드를 활용해 해저의 다른 역사적 유물들도 전시가 가능하도록 지원할 예정입니다. 우즈 교수는 이 소프트웨어를 해저 파이프라인과 석유/천연가스 굴착 등의 모니터링에 상용화할 수 있는 방법도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실시간 툴
그에 앞서 연구자들은 Instant NeRF를 시험해보고 싶어합니다. Instant NeRF는 2D 이미지를 3D 모델로 실시간 변환할 수 있게 NVIDIA 연구진이 개발한 인버스 렌더링 툴입니다.
우즈 교수는 향후의 난파선 조사에 이 툴을 사용하고, 조사선의 NVIDIA DGX System에서 실행하는 모습을 그려봅니다. 해저에서 원격으로 작동하는 수중 선박이 수집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실시간에 가까운 미리보기를 제공해 슈퍼컴퓨터의 처리 작업에 충분한 데이터가 수집되는 시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우리가 놓친 지점이 있는지 찾기 위해 기지로 돌아가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고 설명합니다.
3D를 향한 그의 열정은 그간 바다에서 뿌리를 내려왔습니다.
“십대 때 영화 ‘죠스 3D’를 봤습니다. 스크린 밖으로 튀어나오는 상어들의 이미지에 매료되어 이 길로 들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연구자들은 두 군함의 침몰 81주년을 기념해 다음의 영상을 공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