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는 신약 개발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합니다. 하지만 그 중 90%는 임상시험 단계로 넘어가기도 전에 실패로 돌아가는 경우가 흔하죠.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풀리지 않는 숙제는 약물을 구성할 수 있는 수만 가지의 분자의 성질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신약 개발에 필요한 엄청난 횟수의 실험을 거뜬히 수행할 수 있는 강력한 컴퓨팅 기술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슈뢰딩거(Schrödinger)는 제약·재료 산업을 위한 새로운 분자 특성 모델링과 컴퓨팅을 목적으로 설계된 물리기반 소프트웨어 플랫폼 개발업체입니다. 슈뢰딩거의 최고기술경영자(CTO) 패트릭 로튼(Patrick Lorton)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원자보다 잠재적 약물 화합물이 더 많을 겁니다”라며 “10억개의 분자만 관찰하고 그것으로 좋은 약을 만들 수 없다고 말하는 건 바닷물 한 방울만 보고는 바다에는 물고기가 없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죠”라고 말했습니다.
올해 초 IPO(기업공개)에 성공한 슈뢰딩거는 수십년간 컴퓨팅 알고리즘을 다듬으며 분자의 핵심 특성을 정확히 컴퓨팅하기 위해 힘써 왔습니다. 슈뢰딩거는 엔비디아 GPU를 활용해 페타바이트급 데이터를 생성·평가해 약품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는데 이는 기존의 저속도의 고비용 연구 작업 프로세스와 대비해 극적으로 혁신된 것이었습니다.
슈뢰딩거는 글로벌 상위 20위권 내 제약사와 협력하고 있으며 이 중 몇개의 기업은 슈뢰딩거 플랫폼을 예비 연구의 핵심요소로 표준화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더욱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신약 개발에 대한 요구가 더 부각되고 있는데요. 이를 목표로 슈뢰딩거는 자원 제공과 협업을 위한 글로벌 코로나 R&D 연맹에 가입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구글 클라우드(Google Cloud)도 이에 힘을 더해 엔비디아 GPU의 1600만 시간 사용권을 기부하며 약품 개발 단서 찾기에 합세했습니다.
로튼 CTO는 “코로나19를 유발하는 바이러스 SARS-CoV-2에 대한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해 앞으로 몇 차례 더 올지 모르는 팬데믹에 쓸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고급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제약업계는 오랫동안 새로운 치료법을 발견하기 위해 수작업으로 진행된 물리 집약적 프로세스에 의존해왔습니다. 로튼 CTO는 제약업계가 지난 50년간 이런 방식으로 중요한 치료제를 다수 개발해왔지만 고된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고 말합니다.
로튼 CTO는 이를 비행기 제조업체에 비유했는데요. 항공기 제조업체들은 과거에 비행기를 디자인할 때 부드러운 재질의 발사 나무를 사용했고 풍동(wind tunnel)에서 공기저항계수를 테스트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고차원적인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테스트 설계에 소요되는 시간과 자원을 대폭 줄였죠.
제약업계도 발사 나무와 같은 재료를 사용하는 관행이 있었지만 슈뢰딩거의 제약 개발 플랫폼은 업계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됐습니다.
로튼 CTO는 “슈뢰딩거는 예비임상 단계에서 신약을 보다 효율적으로 발견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업계가 더 많은 질병을 치료하고 더 많은 환자의 증상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다
전세계 주요 제약 기업들은 원자 수준에서 물리학 시뮬레이션을 실행하는 슈뢰딩거의 소프트웨어를 10년 이상 사용해왔는데요. 슈뢰딩거는 각각의 약물 후보를 대상으로 최근 개발한 물리기반 연산법을 사용해 3,000개에 이르는 혼합물을 연산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HPC GPU가 최대 12,000 시간 가동해야 하죠.
일단 무작위로 선택된 화합물 세트를 물리 기반 연산으로 처리하고 난 뒤 능동학습(active learning) 레이어를 적용해 10억 개 분자의 잠재적 효능을 예측합니다.
로튼 CTO는 슈뢰딩거에서는 4, 5회의 반복작업을 통해 정확한 머신 러닝 알고리즘을 만들어 분자를 예측한다고 합니다. 물론 이 예측 수치는 실험실에서 분자를 합성하기 전에 물리 기반 방법으로 늘 더블체크 되죠.
이와 같은 소프트웨어 기반 접근법으로 훨씬 빠른 속도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빠른 속도는 여러 장점 중 하나에 불과하죠. 슈뢰딩거의 소프트웨어는 분석의 규모를 확대해 사람이 수작업으로 한다면 평생을 해도 불가능할 분량의 데이터를 평가합니다.
로튼 CTO는 “슈뢰딩거 소프트웨어의 가장 매력적인 장점은 새로운 영역을 탐색할 수 있다는 겁니다. 비용도 저렴할 뿐만 아니라 이전에는 시도할 수 없던 것을 발견할 수 있죠”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슈뢰딩거는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에 초점을 맞춰 최신 HPC 리소스를 활용해 신약 발견 역량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슈뢰딩거의 가치를 알아본 제약업계의 전설 바이엘
슈뢰딩거 기술을 활용해온 고객 중 한 곳은 50년 전통을 자랑하며 의약업계 선두를 달려온 독일의 화학, 제약 기업 바이엘(Bayer AG)인데요. 슈뢰딩거 소프트웨어는 바이엘 소속 과학자들이 몇 가지 신약 개발 프로젝트에서 선도 물질(lead)의 구조를 찾는 데 도움을 주면서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실험에 기여해왔습니다.
최근 양사는 소분자의 특성과 합성 가능성 이외에도 결합 친화도 측정과정을 가속화하는 신약 개발 플랫폼을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바이엘은 슈뢰딩거의 플랫폼으로 도출된 구체적인 결과를 아직 공개할 순 없지만, 바이엘의 컴퓨터 기반 약물설계 부서장 알렉산더 힐리쉬(Alexander Hillisch)는 슈뢰딩거 플랫폼이 바이엘에서 진행중인 여러 개의 프로젝트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합니다.
힐리쉬 박사는 슈뢰딩거 소프트웨어가 업무 진행 속도를 높이고 바이엘의 신약개발 역량을 효과적으로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로 인해 엔비디아 GPU가 제약업계에서 더욱 주목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일반적인 신약개발 프로젝트에서 바이엘은 분자의 흡수력과 대사 안정성 등 여러 특성과 결합 친화도를 평가합니다. 힐리쉬 박사는 슈뢰딩거 소프트웨어와 엔비디아 GPU를 활용해 “바이엘은 우호적인 특성을 갖춘 새롭고 강력한 혼합물을 파악하기 위해 수천억 개의 가상 혼합물을 나열해 전보다 더 광범위한 화학 분야를 스캔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힐리쉬 박사는 전체적인 디지털 약품 개발 방법론들이 가져올 효과를 빠른 시일내에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하며 “바이엘은 슈뢰딩거의 과학적 솔루션이 얼마나 큰 영향을 줄지 조만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슈뢰딩거의 약물 설계 플랫폼은 바이엘의 코로나19 프로젝트에도 사용될 것입니다. 바이엘은 2006년 항바이러스 연구를 별개의 기업에 맡겼지만 최근 유럽 코로나바이러스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해 향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신약 혼합물 연구를 돕고 있습니다.
GPU 맞춤형 태스크
로튼 CTO는 슈뢰딩거의 업무 범위를 따져보면 고성능 컴퓨팅(HPC)과 인공지능(AI)의 컴퓨팅 플랫폼 개발을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이끈 엔비디아의 혁신이 슈뢰딩거의 피나는 노력으로 만든 알고리즘과 과학 업무에서뿐 아니라 슈뢰딩거의 성과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로튼 CTO는 “약품 분자를 합성하고 결합 친화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천내지 수만 달러, 아니 어떤 난해한 경우에는 수십만 달러까지도 투자해야 합니다. 그러나 GPU를 이용해 이 작업의 투자비용을 단 몇 달러로 대폭 줄일 수 있게 됐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로튼 CTO는 물리학 연산 한 개를 현재 단 1대의 GPU로 1시간내에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반면, CPU 1대를 사용했다면 1990년 슈뢰딩거가 설립됐을 때 연산을 시작했다고 해도 그 결과를 오늘 에서야 얻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슈뢰딩거는 엔비디아 GPU로 컴퓨팅 속도를 여러차례 대폭 개선했지만 신약 개발 프로젝트에는 매일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과 온프레미스에서 구동되는 수천대의 엔비디아 T4와 V100 텐서 코어(Tensor Core) GPU가 필요합니다. 슈뢰딩거는 바로 이 새로운 차원의 컴퓨팅이 기초 과학의 지속적인 투자와 더불어 모든 신약 개발의 판도를 180도 바꿔 놓을 것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