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들은 노출 시간이 긴 사진을 찍을 때 카메라 센서에 닿는 빛의 양을 최대화합니다. 이 기법은 밤하늘과 같은 장면의 포착에 도움이 되지만 다음에 예로 든 사진에서 보듯 최종 이미지에 블러링(blurring)을 발생시킵니다.
초저온으로 냉각시킨 조그마한 분자 구조를 연구하는 초저온전자현미경법(cryo-EM)도 위에서 언급한 사진의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모션(motion)에 의한 블러링의 경우 사진에서는 아름다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기회일 수 있는 반면 구조생물학에서는 원치 않는 부작용에 지나지 않을 뿐이죠.
cryo-EM에 사용되는 단백질 샘플들은 섭씨 -196도로 냉각해 생물학적 구조를 보호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현미경에서 나오는 고에너지 전자선에 파괴되고 말 것입니다. 하지만 냉동 상태라 해도 강력한 전자선량의 방해를 피해갈 수는 없습니다. 이 전자선량이 유발하는 모션은 결국 장노출 사진에서의 블러링과 같은 결과를 초래합니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캠퍼스(UCSF)의 연구자들은 특수 카메라를 써서 생물학적 분자의 영상을 포착합니다. 이렇게 영상으로 찍으면 각 프레임 안의 분자들이 거의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이게 되죠. 프레임을 오가며 모션을 보정하는 작업은 까다로운 컴퓨팅을 요하지만 NVIDIA GPU상에서는 완료까지 단 몇 초면 충분합니다.
UCSF와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Howard Hughes Medical Institute) 소속의 과학 연구용 소프트웨어 개발자 션 정(Shawn Zheng)은 “모션 보정을 하지 않으면 분자의 3D 구조 사진을 고해상도로 얻을 수 없다”면서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분자의 구조를 파악하는 것은 그 기능을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합니다.”
션 정과 연구진은 세계에서 가장 폭넓게 사용되는 모션 보정 애플리케이션인 MotionCor2를 NVIDIA GPU로 구동해 영상 속 각 분자를 프레임별로 정렬합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생성한 선명한 이미지를 3D 모델로 옮기는 것이죠.
이 3D 모델들은 COVID-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비롯한 개별 단백질 내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복잡한 상호작용을 이해하여 신약과 백신 개발의 속도를 높이는 데 핵심적 역할을 수행합니다.
병목현상 해결하기
UCSF가 선도하는 cryo-EM 연구를 바탕으로 현미경 이미지의 해상도를 개선하는 혁신적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습니다. 단백질을 원자 규모로 시각화하는 cryo-EM 테크놀로지는 10년 전만 해도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지던 기술이죠.
문제는 기나긴 파이프라인입니다. 여기에는 샘플을 동결한 후 수백만 달러짜리 cryo-EM 현미경으로 포착하고, 모션을 보정하여 상세한 3D 분자 모델로 재구성하는 등 여러 작업이 포함되죠. 프로젝트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는 새롭게 수집되는 데이터들을 적시에 소화할 수 있도록 모션 보정 프로세스의 속도를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션 정은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Cryo-EM 현미경은 값비싼 장비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놀리는 일은 없어야 하죠. 하지만 기기의 데이터 스토리지에 영상들이 쌓여 백로그(backlog)가 발생하면 새 데이터의 수집이 불가능해집니다. 결국 값비싼 장비를 낭비하고 다른 연구의 속도를 늦추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죠.”
모션 보정 가속화를 위해 UCSF 첨단전자현미경센터(Center of Advanced Electron Microscopy)가 각 현미경과 병행 사용하는 워크스테이션에는 NVIDIA GPU 8개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이 워크스테이션들은 현미경 1대가 분당 4개의 영상을 확보하는 cryo-EM의 데이터 수집 속도를 모션 보정 속도가 따라갈 수 있게 지원합니다.
각 워크스테이션에 탑재된 GPU들로 동시에 8개의 작업을 실행할 수 있습니다. 1억여개의 픽셀로 구성된 프레임이 400개씩 들어 있는 영상의 모션 보정도 반복 처리가 가능합니다.
NVIDIA GPU를 연구에 활용한 지 10년째라는 션 정은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해 NVIDIA Tensor Core GPU 2개로 구동되는 워크스테이션을 사용합니다. 이 시스템은 1분 안에 70GB 용량의 현미경 영상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연구 가속화
션 정과 연구진은 초저온단층촬영법(cryo-ET)용 정렬 소프트웨어(alignment software)의 구동에도 GPU를 사용합니다. 이 기법은 거대분자나 세포처럼 표본이 다소 불균일한 연구에 보다 적합합니다. 샘플을 서로 다른 각도로 기울여 수집한 이미지들을 정렬하고 재구성하여 상세한 3D 모델로 만듭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NVIDIA GPU로 재구성 프로세스를 전면 자동화할 경우 단일 GPU에서 30분만에 작업을 완료할 수 있습니다.
최근 <사이언스> 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션 정은 네덜란드 라이덴대학교 메디컬센터(Leiden University Medical Center)의 선임연구자들과 협업하여 세포 내 COVID-19 바이러스 복제에 관여하는 분자의 포어(구멍) 연구에 cryo-ET 기법을 적용했습니다. 이 포어 구조에 대한 이해가 확대되면 이를 타깃으로 삼아 보균자 내부에서의 바이러스 복제를 억제하는 신약을 개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션 정 개발자의 연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을 GTC 온디맨드 영상에서 확인하세요.
메인 이미지는 베타-갈락토시다아제 효소의 cryo-EM 밀도지도(density map)로, 해상도가 높아지면서 cryo-EM 구조의 품질이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미지 제공: Veronica Falconieri, Sriram Subramaniam. 라이선스: 미국 국립 암 연구소(National Cancer Institute) 퍼블릭 도메인.